안중근의 청춘을 소설로 쓰는 게 청춘의 소망이었습니다.
제가 대학 다닐 때 그 안중근 신문 조서 기록을 읽었어요.
안중근 의사가 거사 후에 일본 관원에게 붙잡혀가지고 받은 치조의 내용었습니다.
이것은 문학작품이나 철학책이 아닙니다. 형사적인 기록물이죠.
그런데 그걸 보니까 정말로 거기에 놀랍고도 아름답고 처절한 세계가 전개되고 있더군요.
우선 내가 젊었을 때 나를 감동시킨 것은 그 안중근의 청춘, 청춘의 그 순수한 열정 그런 것들이었죠.
그리고 그가 심문을 받는 과정에서 그분이 사용하는 언어의 정직성 예를 들자면
일본 순사가 "너는 어디를 겨누었는가? " 이렇게 물어봐요
청년 안중근 이렇게 대답하죠. "나는 가슴을 겨누었다."
"너는 그 총을 쏜 후에 도주할 생각이 있었느냐?" 물으니
"난 도주할 생각이 없었다. 자살할 생각도 없었다. 나는 리더를 죽인 것으로 내 사명이 끝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나는 도주할 생각이 없었다.
이런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참 그게 놀라운 진술이지 자기한테 전혀 유리한 상황을 말하지 않고 그걸 그렇게 있는 그대로 사실을 내질러대는 그 어법에 제가 참 놀랐습니다. .
그때 내가 그때 처음에 읽었을 때 무슨 그 놀라운 충격을 받았는데 그 충격으로 내가 무엇을 할지는 잘 몰랐습니다.
대게 젊은이들의 젊은 시절의 감동은 되게 그런 것이죠.
그것이 엄청나게 크고 그렇게 한 생애를 뒤흔들 만한 것인데 그걸로 실제로 무엇을 해야 될지는 구체적으로 떠오르지는 않는 것이죠.
젊은 시절의 열정이니까 대게 그런 겁니다.
50년을 제가 그걸 쓰지 못하고 그렇게 세월이 갔는데 그걸 잊어버린 적은 없었어요.
이걸 써야지 써야지 하면서 이렇게 차일 필 밀고 엄두도 안 나고 두려운 생각도 들고 밀어놨던 것입니다.
그런데 지난해 몸이 아팠다가 회복이 되니까 더 이상 미뤄둘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부랴부랴 이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이 책은 우선 그분의 시대나 그분의 생애에 펼쳐진 여러 가지 갈등 구조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갈등 구조가 매우 복합적인데 우선 안중근이라는 인물과 이토라는 인물 사이에 갈등 그리고 이토가 표방하고 있었던 문명 대화 문명개화라는 세계 경영 방침 그것이 이제 조선에 들어오면 약육강식으로 변하는 거거든요.
그 두 개의 양극단의 모순 그리고 안중근이 천주교 신자였습니다.
그가 신앙하는 천주교 신앙과 그 당시에 한국에 와 있었던 천주교 사제들의 세계관과의 갈등 그런 것들을 중첩적으로 엮어가면서 글을 썼습니다.
안중근 의사가 이토를 저격하러 블라디보스톡에서 우덕순과 함께 기차를 타고 하얼빈으로 가는 그 시간에 안중근 부인 김아려 여사가 아기 둘을 데리고 남편을 만나러 기차를 타고 하얼빈으로 오고 있어서 기차의 동선이 하얼빈에서 만나는 것이죠.
안중근 의사는 26일에 총을 쐈는데 안중근 가족들은 27일에 하얼빈에 도착했습니다.
하루가 차이가 났죠.
하루 뒤에 도착한 것이죠. 가족이 27일에 와 보니까 어떤 일이 벌어졌는가를 알게 된 거죠.
그런데 안중근 의사는 기차를 타고 오면서 자기 처 자식이 하얼빈으로 오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죠.
미리 이제 들어오라고 연락을 했으니까~
그런데 그 안중근 부인 김아려 여사는 하얼빈으로 오면서 기차 안에서 자기 남편이 무슨 구상을 하고 있는지를 몰랐던 것이죠.
그런 것을 생각해 보면 그때 젊은 안중근이 느꼈던 고뇌가 참 끔찍한 것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그걸 다 묘사는 못했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이제 잡히고 난 다음에 자기 심경을 토로하는 과정에서 몇 줄을 썼죠.
그 부분은 제가 정밀하게 묘사를 못했습니다.
다른 책과 다르게 그 하얼빈에서 총을 쏘는 대목은 제가 상세하게 묘사를 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일반 국민들은 거기가 이 사태의 클라이막스라고 생각하는 것이 십상인데
저는 그것보다도 그것은 어떤 자기의 소망을 이루기 위한 물리적 행위였고 이 사태의 클라이막스는 그 재판에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재판 과정에서 세계의 이목을 거기다 집중시켜 놓고 전 세계의 기자들을 대련 재판소에 모이게 해 놓고 그 자리에서 이토의 죄악을 성토하고 동양평화의 대의 명분을 말하는 것이죠.
안중근은 자기가 직업이 포수고 그리고 무직이다.
우덕순은 자기가 담배팔이다. 그랬죠 그런데 그것은 사실입니다. 안중근은 사냥꾼으로서 명성을 날렸죠.
그리고 실제로 유랑을 하고 다니면서 직업이 없었던 것도 사실이에요.
우덕순이라는 분은 실제로 브라디보스토크의 거리에서 담배 행상을 한 분입니다.
자기의 생각을 전혀 과장되게 말하지 한 것이 아니고 사실대로 말한 것인데 어떠한 외부적인 힘에도 기대하고 있지 않은 것이죠.
이것은 자기는 일계의 포수고 일개의 담배 팔이로서도 일을 했다는 것이 무슨 위대한 사상 같은 것이 물론 배후에 있었겠지만 거기에 기대기보다는 포수 담배팔이라는 맨몸에 자기 맨몸뚱아리를 내보이는 것이죠.
그 부분이 내가 젊었을 때 읽을 때 너무나 충격적이었어요.
안중근이라는 분의 그 정신 세계를 이렇게 소설적으로 소설가로서 한마디로 표현하는 대사가 있다면 안중근이 이렇게 고민하는 대목이 있어요.
"이토가 이렇게 등치가 작구나"
이토가 사실 키가 163인가 165인가 그랬어요.
그러니까 키가 좀 작은 것이죠.
안중근은 이제 이토의 덩치가 작다는 것을 고민하는 것이죠.
그것은 이토를 하나의 타겟으로 보는 거예요.
자기의 표적으로 보는 것이죠. 저 작은 표적이 그 키 큰 러시아인들 틈에 섞여 있으면 저걸 맞추기가 굉장히 어렵겠구나 하는 생각을 한 것이죠. 이것은 매우 방법적이고 기술적인 고민인 것 같지만 이 한마디가 그 안에 그분의 정신이 이렇게 응축되어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어쨌든 7발인데 이걸로 이 과업을 반드시 성공시켜야 되겠다. 하는 생각을 하니까 이토의 몸이 작다는 것을 고민하게 되는 것이죠.
나는 이런 고민은 아주 순수한 고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책을 보면 안중근 의사가 이토의 죽음을 전해 듣고 이런 말을 했다고 나옵니다.
내가 이토를 죽이려 한 까닭은 이토에게 설명해 줄 수 없는 것이 유감이다라는 문장이 나오는데 그러니까 거사의 목적이 총이 아니라
저의 상상력이기도 하고 나는 그게 안중근의 진실된 내면이었다고 생각을 했어요.
그 사람을 그 목숨을 이도의 목숨을 끊는 것은 하나의 방법이었고 그것이 목적은 아니었다고 생각해요.
이토라는 인물이 왜 지상에서 없어져야 되는가를 인간 세상에 설명하는 것이었죠.
그래서 안중근은 이토한테 말하고 싶었던 것으로 제가 설정을 한 것입니다.
당신이 왜 죽어야 되는지 내가 왜 너를 써야 되는지를 말하고 싶었다는 것이죠.
그래서 이제 아까도 말했듯이 총이 아니라 말이 그분의 목표였다는 것을 제가 강조한 대목입니다.
안중근의 시대와 지금 우리 시대는 크게 다른 것이죠.
우리가 국권을 상실하고 나라가 이렇게 멸망 직전에 있을 때 그걸 위기에 민족주의는 국민을 한 대로 모으는 데 큰 구심점을 할 것입니다.
민족이라는 것이 이렇게 혈연적이고 생명체적인 공동 집단이기 때문에 거기에서 어떤 집단의식이 형성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생리적 현상이라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민족주의가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참 상당한 제약이 있는 것이죠.
지금 당장의 문제를 그런데 안중근의 평화 구상에서도 안중근이 채용 당하기 직전까지도 주장했던 것은 동양 평화입니다.
동양평화라는 것은 조선 독립과 같은 한 교회에 있는 것 하지만 동양 평화라는 개념은 훨씬 더 상급 상위 개념입니다.
동양 전체의 평화 한국 중국 일본뿐 아니라 인도차이나반도 여러 나라까지 포함하는 동양 전체의 평화 안에서 그 틀 안에서 조선 독립과 중국의 독립 일본 공존 이런 것들을 구상했던 것이죠.
그러니까 우리가 지금 동북아의 현실의 문제를 생각하려면 민족주의보다도 더 높은 비전이 있어야 되고 더 넓은 구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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