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최고의 지성이라고 칭송받는 버트런드 러셀이 쓴 행복의 정복 책에 대해 소개드리겠습니다.
이 책은 우리 인생에 다가오는 여러 불행들이 있지만 그것들을 인식의 전환이나 혹은 사소한 것들에 만족하는 습관으로 극복하자 그래서 행복을 느끼자 이런 정도의 이야기입니다.
이 책 1부에서는 불행을 느끼는 다양한 경우들을 소개하고 있고, 2부에서는 그것들을 어떻게 해소해 나갈 것인가 이런 것들을 제시합니다.
버틀란드 러셀이 이야기하는 불행의 원인들은 경쟁 권태 걱정 질투 불합리한 죄의식 피해의식 같은 것들입니다. (굉장히 공감 가네요.)
어떻게 생각하면 그냥 뻔한 진단이지만 러셀은 이런 뻔한 이야기를 뻔하지 않게 느껴지게 하는 글빨이 정말 뛰어납니다.
유명한 철학 자니까 이 책이 철학적이고 어려울 것이다라고 짐작하시는 분들도 있을 텐데 전혀 그렇지가 않습니다.
정말 술술 읽히는 책입니다.
예를 들어 이 책에서 피해의식을 다음과 같이 설명을 해요.
당신이 만약 극작가고요 아무런 편견이 없는 상태라면 틀림없이 자기 자신을 당대에 가장 뛰어난 사람으로 인식하고 있을 거라는 거죠.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자신의 극은 상영되지가 않고요 좀처럼 인정을 받지도 못합니다.
이상하잖아요. 이 이상한 사태를 설명할 방법이 없거든요.
그래서 극장 경영인들과 배우들 그리고 평론가들이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서 당신 자신에게 좋지 않은 일을 공모하는 것이 틀림없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는 거죠.
그렇게 하면 자기 자신은 평론가들에게 아부하지 않고, 극장주들과 타협하지 않는 고결한 사람이 되는 것이죠.
일반 대중들은 자신의 작품을 알아볼 만한 수준이 안 되다 보니까 어쩔 수 없이 너무나 탁월한 자신의 작품은 인정받지 못하고 시들어갈 수밖에 없게 된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이 피해 의식에 대한 이야기가 너무 과장되게 느껴지시나요?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요.
우리도 틈만 나면 남 탓! 환경 탓! 만 하고 있지 않습니까?
직장에서 대접을 못 받는 이유는 사내 정치에만 신경 쓰는 라이벌이 있어서 그렇고, 우리 가게가 잘 안 되는 이유는 비겁하게 우리 가게를 욕하고 다니는 경쟁 가게 때문이다라고 생각하지는 않으시나요?
그러니까 우리 모두는 정도가 다를 뿐 조금씩 다 피해 의식을 가지고 살고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러셀은 우리가 느끼는 불행의 근원을 통찰력 있는 눈으로 쉽게 분석해주고 있어요.
불행의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죠!
2부에서는 그런 불행에 맞서는 방법을 소개합니다.
열정, 사랑, 일, 가족, 관심, 중용 같은 것들인데요.
역시 단어들만 보면 조금은 뻔해 보입니다.
그런데 그것들을 기술하는 방법이나 과정들은 특별합니다.
예를 들어 관심에 대해 생각해 보겠습니다.
많은 것에 관심을 가진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행복합니다.
가령 축구를 매우 좋아하는 사람은 좋아하는 스포츠가 없는 사람보다 더 행복할 수 있습니다.
축구 경기를 하는 날은 일단 행복감을 느끼게 되니깐요.
그런데 축구보다 책을 더 좋아하는 사람은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보다 더 행복할 수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축구는 며칠에 한 번씩 열리지만 책은 매일매일 접할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커피에 관심 있는 사람은 하루에도 두세 잔씩 먹을 수 있으니 커피 먹는 사람도 더 많이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이 세 가지를 모두 좋아한다면 어떨까요?
이 사람의 인생은 불행한 시간보다 행복한 시간이 훨씬 많을 것입니다.
그래서 다양한 관심을 가진 사람은 행복할 수가 있습니다.
이른바 자신의 취향이 확실한 덕후들이 아무런 취미 활동을 가지지 않는 사람보다 세상을 더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버트런드 러셀의 행복론은 사실 결론적으로 보자면 조금 뻔한 이야기이긴 했는데 굉장히 논리적이고 수긍이 갑니다. 뻔하다 느끼는 것을 다르게 생각해 보면 우리가 행복해 질 수 있는 방법이 너무나 많다는 것과 같은 애기이기도 합니다.
요즘 시대에 과장을 곁들여 가며 출간되는 어설픈 행복론, 자기 계발서 책 보다 훨씬 더 설득되는 이야기들이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놀라운 건 이 책이 지금부터 70,80 년 전에 쓰인 이야기라는 사실입니다.
어떻게 생각하면 행복과 불행에 대한 이야기는 시대와 상관없는 본질적인 주제라는 생각도 그래서 조금 많이 들었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굉장한 해결책이 나와 있을 것이다라고 기대하신 분이라면 조금 실망하실 수도 있을 책이지만 감성만 자극하는 뻔한 에세이 류의 행복론보다는 훨씬 더 인상 깊게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막연하고 운명적으로만 느껴지는 불행의 원인을 합리적으로 얘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해 가능한 예시들을 알려주고 그것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 역시 이성적으로 제시하기 때문에 뜬구름 잡는다는 느낌은 거의 없습니다.
이 책의 제목은 행복의 정복입니다. 이를 보면 버트런드 러셀은 행복 역시 의식적으로 성취할 수 있는 것이다라고 전제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무신론자로 유명하죠)
그 첫걸음이 바로 불행과 행복의 기재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고 그런 면에서 보자면 이 20세기의 최고 지성은 행복이 주어지는 것이라기보다는 의식적으로 찾아내고 발굴해내는 것이라고 여긴 것입니다. 수동적이지 않고 능동적으로 행복을 정복해야 되는 것이지요.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여러 일들이 우리를 불행하게 만들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또 코로나 이후로 펼쳐질 상황과 환경들이 조금은 가혹할 수도 있습니다. 많은 이들이 불행을 호소하는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이 책을 한번 읽어 보실 것을 권유드립니다~ 모두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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