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킬박사와 하이드 에 나오는 선한 인격과 악한 인격
19세기 로버트 스티븐슨이 펴낸 '지킬 박사와 하이드'는 인간의 이중성을 소재로 하는 대표적인 소설입니다.
지킬 박사는 인간에게는 선한 인격과 악한 인격이 있다고 믿습니다.
지킬 박사는 이 두 개의 인격을 분리해내는 화학 약품을 만들었고 자신의 내면에 있는 악한 인격을 분리합니다.
그 악한 인격이 바로 하이드입니다.
지킬 박사는 낮에는 따뜻하고 멋진 신사이지만 밤만 되면 약을 먹고 하이드가 되어 파렴치한 범죄를 저지르면서 금지된 욕망을 해소합니다.
이렇게 한동안 지킬 박사는 하이드와 공존하는 삶을 살게 됩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하이드의 힘은 강해져 갔고 통제할 수 없게 됩니다.
결국 지킬 박사는 자신의 내면에 있는 하이드를 없애버릴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선택을 합니다.
자신 안에 있는 괴물을 없앨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 생각한 것입니다.
지킬박사와 하이드 그리고 프로이트의 무의식의 세계
프로이트가 말한 것처럼 인간의 정신에는 의식의 세계가 있고 무의식의 세계가 있습니다.
의식의 세계에는 지킬 박사가 살고 무의식의 세계에는 하이드라는 괴물이 숨어 있습니다.
의식의 세계에 사는 지킬 박사는 무의식의 세계에 사는 하이드라는 괴물이 의식 밖으로 올라오는 것을 억압합니다.
하지만 지킬 박사가 인격을 분리하는 약을 개발하고 복용하자 하이드라는 괴물을 감금해 놓은 무의식의 봉인이 해제된 겁니다.
우리 모두의 무의식 속에는 하이드라는 괴물이 있습니다.
쾌락을 쫓고 금지된 것을 욕망하며 도덕과 양심에 얽매이고 싶지 않은 또 다른 내가 있는 것입니다.
히스테리의 원인은 무엇 때문이었을까?
19세기 오스트리아 빈에 젊고 매력적인 어떤 여성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녀는 아버지가 죽자 극심한 히스테리 증상을 보이기 시작합니다.
수시로 뱀이나 해골 같은 것을 보는 환각 상태에 빠지고 오른쪽 팔이 마비되었습니다.
그리고 신경질적인 끝없는 기침이 계속되고 갑자기 물이 두려워져서 며칠 동안 물을 마시지 못합니다.
심지어 자신의 모국어인 독일어를 못하게 되어 영어와 불어로만 소통이 가능하게 됩니다.
그녀는 당시 히스테리 치료의 전문가였던 브로이어 박사에게 최면 치료를 받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당시에 프로이트는 브로이어 박사와 친분이 있었는데요.
프로이트도 그녀의 히스테리 증상에 깊은 관심을 보입니다.
그래서 두 사람은 그녀에게 안나 오(Anna O)라는 가명을 붙이고 그녀와 비슷한 신경증 사례를 모아 히스테리에 관한 공동 연구를 합니다.
당시에는 히스테리가 여성만의 질병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히스테리 증상을 여성들이 주목을 받기 위해서 꾀병을 부리는 것이라고도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브로이어와 프로이트는 히스테리가 여성만의 질병도 아니고 꾀병도 아니라는 것을 밝혀냅니다.
브로이어와 프로이트는 인간의 정신에는 의식의 세계와 무의식의 세계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인간은 의식적으로 드러낼 수 없는 감정과 기억을 무의식 속에 억압하여 봉인한다는 겁니다.
안나 오의 경우 아버지에 대한 금지된 욕망과 죄책감을 무의식 속에 억눌러 놓았는데 그것이 히스테리 증상으로 터져 나왔다는 겁니다.
즉 안나 오의 무의식 속에 있는 괴물 하이드가 히스테리의 원인이었던 겁니다.
그런데 놀라운 점은 무의식 속에 억눌린 감정과 기억을 말로 털어놓으면 히스테리 증상이 완화된다는 겁니다.
예컨대 안나 오는 병상에 누운 아버지 병 간호를 하다가 깜빡 잠든 적이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꿈속에서 뱀이 아버지 쪽으로 가는 것을 보고 뱀을 쫓으려 했으나 팔이 말을 듣지 않았었다는 겁니다.
그런데 최면 치료를 받으면서 자신이 이러한 꿈을 기억해내고 말을 하자 갑자기 팔에 마비가 풀리고 독일어를 할 수 있게 된 겁니다.
그리고 어느 날 아버지의 병간호를 하는데 밖에서 댄스 음악이 들려왔다고 합니다.
그때 안 나오는 댄스 파티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동시에 아버지에 대한 죄책감을 느꼈다고 합니다.
그때부터 댄스 음악을 들으면 기침이 끊이질 않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최면 치료를 받으면서 그때의 상황을 회상하고 말을 하자 갑자기 안나 오의 신경질적인 기침이 사라지는 겁니다.
또 있습니다. 안나 오가 어느 날 하인의 방에 들어갔는데 방 안에 있던 개가 유리잔에 물을 핥아먹는 것을 보았다고 합니다.
그것을 보고 불쾌한 감정을 느꼈는데 그때부터 물을 마시지 못하는 겁니다.
그런데 최면치료를 받으면서 그때 상황과 느낌을 말하자 며칠 동안 마시지 못했던 물을 벌컥벌컥 마시는 겁니다.
이처럼 안 나오는 자신의 억압된 감정과 기억을 말을 하면 히스테리 증상이 완화되는 겁니다.
그런데 왜 그럴까요?
자신의 억압된 감정과 기억을 말로 하면 왜 히스테리 증상이 완화되는 걸까요?
무의식과 말은 도대체 어떤 관련이 있는 걸까요?
프랑스 라깡의 프로이트 해석
프랑스의 철학자 라깡은 프로이트의 의식과 무의식의 관계를 언어적으로 해석합니다.
라깡은 의식은 언어의 세계이고 무의식의 세계는 언어를 벗어난 세계라고 말합니다.
라깡은 여기에서 언어의 세계를 상징계, 언어를 벗어난 세계를 실제계라고 합니다.
이렇게 보면 지킬 박사는 상징계에 존재하고 하이드는 실제계에 존재한다는 거죠.
그래서 소설 지킬 박사와 하이드에서 작가는 하이드의 모습을 말로 형용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실제계는 언어를 벗어난 세계 언어를 넘어선 세계이기 때문이죠.
안나 오의 금지된 욕망과 죄책감은 실제에 속합니다.
그래서 안나 오는 그것에 대해서 말할 수 없었던 겁니다.
그런데 안나 오가 최면 상태에서 금지는 욕망과 죄책감에 대해서 말을 하자 긴장이 해소가 되면서 히스테리 증상이 완화된 겁니다.
이처럼 실제계는 상징계에 의해서 배제된 세계입니다.
그래서 실제계는 상징계의 찌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라깡은 실제계는 상징계의 찌꺼기이면서 동시에 상징계의 중심이라고 말합니다.
즉 실제계는 상징계 밖에 존재하면서도 동시에 상징계 내의 결핍의 형태로 존재하는 상징계의 중심이라는 거죠.
간단히 말해서 실제계는 상징계의 배제된 중심이라는 겁니다.
지킬 박사의 괴물 하이드와 안나오의 금지된 욕망이 바로 여기에 실제계에 속하는 겁니다.
지킬 박사는 하이드를 배제하려 했지만 결국 하이드를 통제할 수 없었습니다.
하이드가 지킬 박사의 중심에 들어와 버렸기 때문이죠.
그리고 안나 오는 자신의 금지된 욕망을 배제했지만 결국은 금지된 욕망이 자신의 중심이 되었었던 겁니다.
지킬 박사의 괴물 하이드나 안나 오에 금지된 욕망은 의식으로부터 배제되어 있기 때문에 낯설지만 동시에 의식의 중심에 있기 때문에 낯이 익은 것입니다. 그렇다면 브로이어 박사의 치료를 받았던 안나 오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히스테리로 고통받던 안나 오는 어떻게 되었을까? 공존!
안나 오는 자신의 주치의인 브로이어 박사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자신이 브로이어 박사의 아이를 가졌다는 상상 임신을 하게 됩니다.
사실 환자가 정신과 의사에게 이러한 감정을 느끼는 것은 최면 치료의 부작용으로서 정신 분석에서는 종종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당시에 그런 것을 몰랐던 브로이어 박사는 너무나 놀라서 황급히 안나 오를 떠납니다.
브로이어 박사가 떠난 후 안나 오는 정신병원들을 전전하면서 치료를 하는데요.
다행히 치료가 잘 되어 히스테리 증상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합니다.
안나 오의 신분은 비밀로 보장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나중에 신상이 털리면서 그녀의 본명이 파페하임이라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이후의 파페나임은 오스트리아를 떠나 독일에 정착합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파페나임은 유대인 여성협회 회장을 하면서 여성 운동가로 변신을 합니다.
그리고 남성 위주의 유대인 사회를 비판하면서 평생을 미혼모와 고아 그리고 매춘부들을 위한 삶을 삽니다.
마음의 심각한 병을 극복하고 새로운 삶을 개척한 그녀의 일생은 한 편의 드라마와 같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점은 파페나임에게 레이스를 수집하는 취미가 있었다는 것입니다.
평생 동안 300여 종의 레이스를 수습했고 그녀가 죽기 1년 전에 오스트리아 빈의 미술관에 기증을 합니다.
레이스 만들기를 할 일 없는 여자들이 무의미하게 시간을 때우는 취미라고 생각했던 여성 운동가 파페나임이 레이스를 수집하는 취미를 가졌다는 것은 어색해 보일 수도 있습니다.
추측해 보면 파페나엠의 레이스 수집은 안나 오에 금지된 욕망이 분출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듭니다.
안나 오의 무의식이 히스테리 증상으로 나타났듯이 파페나임의 무의식이 레이스 수집으로 나타난 것이라는 것이죠.
억압된 것은 반드시 귀환합니다.
우리 안의 하이드는 호시탐탐 돌아올 기회를 찾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하이드를 억압하면 할수록 배제하면 할수록 하이드는 우리 안에 중심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지킬 박사는 하이드의 귀환을 막기 위해서 죽음을 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그러고 보면 하이드는 사라지지 않기에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든 우리의 하이드와 공존하는 방법을 배워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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