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리뷰>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룰루 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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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책리뷰>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룰루 밀러

by 환희의찬가 2022. 4.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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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ㅣ 교보문고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룰루 밀러 작가의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를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저는 정말 이 책이 재미있었습니다 작가가 천재라고 느껴질 정도로 조금 놀라운 작품이었습니다.

베일에 쌓여 있는 책

SNS에서 이 책의 리뷰를 보신 분들이라면 아마 이 책이 정확히 무엇에 관한 책인지 사람들이 선뜻 알려주려고 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셨을 겁니다. 이 책은 이미 출판사에서 책을 내놓는 시점부터 베일에 싸인 채 출간이 된 책입니다.
이 책의 전체적인 표지 문구라든지 뒤에 있는 추천서라든지 그런 걸 읽어보면 자연스레 많은 것들을 숨기려고 하고 있구나 알게 됩니다.
이 부분이 이 책을 특별하게 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처음에는 소설책인줄 알았어요. ㅠㅠ

출처: google

아버지를 향한 헌사

우선 이 책의 저자는 미국 국영 라디오 방송국에서 일하는 과학 전문 기자입니다.
방송계의 풀리처상이라 불리는 피버디상을 수상하기도 하였습니다.
과학에 관한 여러 글을 기고해 왔는데 이 책은 저자의 논픽션 데뷔작인데요.
이렇게 좋은 책으로 데뷔를 했다는 것이 참으로 놀라웠습니다.
이 책 맨 앞을 보면은 "아빠! 이 책은 아빠를 위한 책이에요."라는 헌사가 쓰여 있습니다.

피버디상 메달(출처: 더위키)

어린 시절 저자는 생화학자인 자신의 아버지에게 "인생의 의미가 뭐예요?" 라고 물은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아버지는 "의미는 없어?"라고 대답했다고 합니다. 아마도 아버지가 불가지론자나 무신론자에 가까우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인생의 답 찾아 평생 헤맸지만 결국 답이 없다는 답을 얻었다!" 라고 말했던 한국의 철학자 박이문 선생이 생각났습니다.

이 책은 거칠게 요약하자면 이 인생의 의미라는 것에 대해서 그리고 삶에 찾아오는 혼돈을 대하는 것에 있어서 해답과 길잡이를 찾으려 했던 저자의 고군분투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만난 한 인물의 일생을 추적하면서 발견한 것들에 관한 책입니다.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인생과 삶을 통한 깨달음

타임지에 실렸던 데이비드 스타 조던(출처: Time)

저자가 추적한 인물은 바로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라는 이름의 한 어류학자입니다.
자연에 존재하는 것들의 관계와 위계를 밝혀내고 적립하는 일을 한 이 인물은 특히 새로운 물고기를 발견하고 이름을 붙이고 또 표본을 모으는 데 자신의 모든 것을 받혔습니다. 스탠퍼드 대학의 초대 학장이 되기도 하였습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수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습니다.
지진으로 인해 수집한 표본들이 땅에 떨어지고 병이 깨지고 망가지는 사건이 이 프롤로그에서 제일 먼저 제시가 됩니다.
그럼에도 그는 절망하지 않고 오뚜기처럼 끊임없이 다시 일어섭니다.
저자는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이러한 모습에서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당시 저자는 이별을 경험하며 엄청난 삶의 혼란과 고통을 직면하고 있었습니다.)
자연이라는 혼돈 속에서 구분과 분류를 통해 관계와 위계, 질서를 만든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삶을 추적하면 지금 자신이 겪고 있는 삶의 혼돈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 것입니다.
이것을 밝혀내기 위해서 그의 일생을 추적해 나갑니다.

이 책이 이야기를 전하는 방식이 이 책을 굉장히 독특하게 만듭니다.
저자 자신의 이야기와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인생, 이렇게 두 가지 축이 있고 이 두 축의 이야기가 혼돈 혹은 삶의 의미라는 화두를 놓고 전개되는 구조인 것입니다.

혼돈, 사랑, 질서의 이야기

책의 전반기는 분명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전기, 작가가 우러러 본 영웅의 이야기 같았는데 후반부에는 혼돈이라는 단어도 있고 이름이라는 단어가 보이기 시작하니다. <이 책은 크게 보자면 삶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이 삶에 찾아오는 사랑과 혼돈에 대한 이야기, 그 안에서 삶의 질서를 찾아가는 이야기>입니다.

작가는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삶을 들여다보면 들여다볼수록 그가 만든 질서의 세계가 허상이었음을 발견합니다. 데이비드 스타 조던은 당시 우생학의 열렬한 신봉자로, 인간의 차이를 차별의 근거로 삼기도 하였습니다.
'백치들은 모두 자기 핏줄의 마지막 세대가 되어야 한다!.', '아버지가 잡초이고 어머니도 잡초인데 딸에게 사프란 뿌리가 되기를 기대하는가?'와 같은 우생학에 근거한 반인륜적 발언도 하였습니다.
룰루 밀러는 그의 이름 붙이기가 잘못된 단언과 확신의 세계 에서 비롯된 폭력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혼돈을 분류하고 질서를 만든는게 그리고 이로 인한 직관이 잘못된 것임을 확신하게 됩니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의 의미

저자는 물속에 산다는 이유로 많은 차이에도 불구하고 '어류'라는 범주를 만든 것에 대해 비판합니다. 실제로 1980년대 후대의 과학자들은 여러 종과의 관계를 분석할 때 '공통의 진화적 참신함'에 초점을 맞추었고 이러한 미묘한 차이를 파해쳐 봤더니 놀랍게도 대다수 어류는 자신들끼리 보다 포유류와 더 가까웠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물고기라는 잘못된 분류와 고착화된 인간들의 직관은 타인을 마음대로 규정짓는 폭력을 가한 것입니다.혹은 생태계를 임의로 규정 지은 것입니다.
우생학에 근거하여 열등한 것을 퇴치하는 것을 인류의 성장이라 생각했던 데이브드 스타 조던을 보면서 작가는 물고기와 같이 유전적 증거들로 질서를 만들거나 분류할 수 없는 탈선한 존재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입니다. 사회나 인류가 만들어 놓은 보편적인 것을 받아 들이지 않고 거부하는 것, 이러한 탈선으로 사람은 성정하기도 한다고 말합니다. 보편적인 것에서의 탈선이, 분류되지 못하는 박스 밖이 모여서 성장하고 바로 나 자신이 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모든 생태계 생물에게는 이해하지 못할 복잡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성장한다는 건, 자신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말을 더 이상 믿지 않는 것을 배우는 거야.


이 책의 이런 결론이 전혀 없는 파격적인 주장이고 아주 혁신적인 무언가다 이런 것은 아니었습니다.
이 모든 발견과 추적의 여정에서 저자가 결론적으로 추출한 삶의 의미라는 것은 어쩌면 우리가 이미 익히 알고 있는 것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그 메시지까지 도달하는 과정이 너무나 새롭고 압도적이었기 때문에 익숙하게 느껴지는 이 메시지도 다시 한번 새삼스럽게 그리고 의식적으로 좀 곱씹어 보게 됩니다.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 살았던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에도 그렇고 우리가 사는 지금 21세기에도 그렇고 여전히 유효한 메시지라 생각합니다.

삶의 의미에 대한 작가의 아버지를 향한 대답

출처: yes24

읽고 나서도 충격과 여운이 오래 갔고 지금도 문득문득 이 책의 어느 장면들이 계속 떠오릅니다.
정말 이 책에 어느 부분에 좀 더 중점을 두고 읽느냐에 따라서 감상이 많이 달라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삶의 의미와 삶의 혼돈 자체에 중점을 두느냐 혹은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인생에 중점을 두느냐 혹은 그의 인생을 다루는 저자의 태도에 중점을 두느냐 혹은 저자의 삶과 이 추적 과정에 중점을 두느냐 이 분야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 하는 것도 감상에 좀 영향을 줄 것 같습니다. 아마 어떤 부분에서는 이견이 생길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저자의 삶과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삶이 교차되는 구조라든지 정보가 숨겨지고 밝혀지면서 극적인 효과를 주는 방식 그리고 한 인물의 전기와 과학 분야만을 다루는 줄 알았던 이야기가 더 나아가서 철학과 심리 사회학 그리고 역사까지 그 발을 넓히는 전개 거기에 아름다운 문장까지 이 책 안에 정말 많이 있기 때문에 같은 내용이라도 다른 방식으로 쓰였다면 이만큼의 감동을 느끼지는 못했을 것 같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그야말로 제가 논픽션에 대해 가지고 있던 약간의 고정관념을 깨버렸습니다.

책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 삶의 의미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는 누군가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것만으로 크고 작은 삶의 문제를 풀어나갈 용기를 얻기도 한다."
"인간을 비롯해 모든 생명체는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방식으로 이 지구에, 사회에, 서로에게 중요합니다."
"아버지! 우리 모두는 중요해요~."
정말 꼭 한번 읽어 보실 것을 추천드립니다. 이 작가는 진짜 대단한 스토리 텔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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