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리뷰>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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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책리뷰>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by 환희의찬가 2022. 4.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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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리디북스

안녕하세요!

오늘 우연히 서점에 갔다가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책을 보고 e북으로 구매하여 읽은 리뷰를 남기고자 합니다. 
이 책은 조선비즈의 김지수 기자님이자 작가님이 이어령 선생님과 일주일에 한 번씩 총 열여섯 번의 만남을 통해

삶과 죽음이라는 주제로 인터뷰한 대화를 책으로 엮은 것입니다. 

 

<미치 앨봄의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과 닮은 책>

이러한 점이 미치 앨봄의 명작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이 생각나게 하였습니다. 

실제 이어령 선생님께서 암으로 인해 시한부 삶을 살고 계실 때였고 현재 생의 노을 지는 지점에 계실 때 한 인터뷰였기에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과 구성이 매우 비슷하였습니다. 

노을 질 때의 색이 하루 중 가장 깊고 무르 익는 색입니다. 노을은 그 아름다움의 마지막을 붉게 다 태우고 칠흑 같은 어둠으로 넘어갑니다. 이러한 노을처럼 이어령 교수의 생에 마지막 끝자락, 깊고 무르익은 때에 남긴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현자의 마지막 수업이라는 의미를 담아서 한 평생 깨달은 그 지혜의 정수를 후학들과 또 독자들에게 아낌없이 전해주고 있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시대를 향한 마지막 유언서 같은 느낌도 있었습니다. 

 

<이어령을 만난 김지수 기자/작가>

이어령 교수와 김지수 작가 (출처: 이대학보)

사실 이어령 선생님 하면 뭐 두 말하면 입이 아플 정도로 우리 인간계 안에서 지식과 지성의 어떤 그 상아탑 가장 높은 곳쯤에 계시는 분들 중 한 분이셨습니다. 그러니 이런 분을 아 이렇게 오랜 시간 정기적으로 만나면서 인터뷰를 한다는 건 굉장히 가슴 뛰는 일이기도 하지만 부담도 엄청 컸으리라 생각합니다. 
다만 김지수 작가님도 내공이 깊으셔서 이 두 분의 대화 내용만으로도 충분한 지적 유의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뿐 아니라 그 당시 그 공간에 흐르고 있는 그런 침묵의 시간이나 온도 같은 이런 비언어적인 요소까지 생생하게 담아내셔서 그 시간에 함께 참여하고 있는 듯한 느낌도 가질 수가 있었습니다. 

 

<철창 밖 호랑이 vs 철창 속 호랑이>
죽음과 가까이에 서 있는 이어령 교수가 한 평생 쌓아온 지혜 보따리를 우리에게 이렇게 착 풀어놓는데 그냥 넙쭉 받아먹을 수 있게 친절하게 입에 떠 넣어주시지 않으시기에 책을 읽는 내내 집중이 필요했습니다. 

독자들이 스스로 생각해서 그 의미를 각자의 것으로 깨닫고 가져가도록 주로 은유와 비유를 통해서 말씀을 하시거든요. 
쉬운 내용으로 예를 하나 들자면 죽음이란 무엇입니까? 라고 물었더니 죽음은 철창을 나온 호랑이가 나에게 덤벼드는 일이다라고 말씀을 하셨습니다. 

죽음은 철창을 나온 호랑이를 맞이하는 것(출처:google)

엘리자베스 키블로로스라는 죽음학 창시자이자 죽음에 대한 연구를 아주 많이 하시고 또 대중들에게 알리신 학자분이 계신데요. 이분이 평생 그렇게 친하게 지냈던 죽음은 바로 철창 속 호랑이였다는 겁니다. 
철창 속 호랑이는 아무리 무서운 존재라도 우리를 해치지 못합니다.

다시 말해 죽음학을 창시한 이 분은 자신의 죽음이 아닌 타임의 죽을 만났던 것입니다. 
우리가 죽음에 대해서 공부하고 임종 체험도 하고 또 이렇게 죽음을 연습하는 그 모든 것들은 사실 철창 속 호랑이를 만난 것입니다. 철창 밖 호랑이가 아니라는 것이지요.  

결국 엘리자베스 키블러 로스도 본인의 암 선고 후 본인의 죽음 앞에서 철창을 나온 호랑이가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상황 앞에서는 그렇게 죽음에 대해 초연했던 모습과는 달리 너무나 나약한 인간의 모습을 보였다는 것입니다. 
죽음이 나의 실존이 되면 일 대 일로 죽음과 독대하는 순간을 맞이하면 우리 인간은 그 앞에서 철저히 혼자고 또 고독한 존재가 되는 거죠.

이 책은 철창 속 호랑이가 이제 곧 문을 열고 이어령 선생님께 달려갈 것이고 또 우리들에게도 각자의 때에 달려올 텐데 어떻게 그 시간 그 삶을 살아내어야 하는지를 먼저 살아본 스승이 지성의 영역 그 지혜뿐 아니라 그 너머의 영성을 향한 추구까지 닿을 수 있도록 인도하는 책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셸리 케이건, 죽음이란 무엇인가>

이 이야기를 하다 보니까 죽음과 관련해서 또 다른 분이 이렇게 떠오르는데 여러분 셸리 케이건 아시죠 죽음이란 무엇인가? 쓰신 그 예일대 철학과 교수님이요. 
저는 예전에 이 책을 읽고 일단 책 내용의 진실 여부를 따지는 건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따질 수도 없는 일이죠. 왜냐하면 일단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죽음 이후에 대해서 그러니까 논리와 사실 여부를 따 질 수 있는 차원의 영역이 아니잖아요. 근데 그렇게 집요하게 죽음 이후를 논리적으로 풀이하려고 애쓰고 또 두꺼운 책 한 권이 나올 만큼의 이야기를 한 것 자체가 어떠한 이유를 불문하고 진짜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자신만의 생각을 하라!>

이어령 교수님께서 책 어느 부분쯤에 이게 자신만의 생각을 하라고 강조하십니다. 

남들 다 맞다고 해도 남들이 다 아니라고 그래도 나의 생각으로 의심해보고 세상을 향해 끊임없이 질문하라고 요구하십니다. 가만히 있는 것보다 타인의 생각이 흡수되는 것보다 이렇게 내용의 진실 여부를 따지는 차원을 넘어서 켈리 케이건 교수님처럼 자신만의 생각을 하는 것이 낫다는 겁니다. 


지금 현재 우리 각자의 존재 지점과 또 삶과 죽음 그리고 지성과 영성이라는 거시적 차원에서 조망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고 또 그렇게 해보라고 기회를 책을 통해 계속 이렇게 던져주십니다. 
그래서 일상에서 우리가 잘 사용하지 않는 그런 지적 ,정신적, 영적 영역의 근육과 신경을 계속 자극시켜 주신다는 거죠. 


<성경을 통한 비유>

이어령 교수와 이민아 목사(출처: 조선일보>

이어령 선생님께서는 여러분들이 잘 아시는 지금은 돌아가신 따님이신 이민아 목사님을 통해 세례를 받고 기독교인이 되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얼마나 많은 그런 영적 영역에 묵상을 하셨겠어요. 
이어령 선생님은 이전에 성경을 비판하던 무신론자였습니다. 
근데 따님 이민아 목사님이 시력을 다 잃고 힘들어 하실 때 이어령 선생님께서 본인의 의지로 하나님께 만나 달라고 노크를 했다고 하셨습니다. 우리 딸 다시 눈 뜰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하셨다고 들었거든요. 
따님을 통해 하나님께 이렇게 노크를 하게 된 이후로 이어령 선생님의 삶에 이 하나님이라는 존재가 개입이 되었구요. 
또 지식과 지성으로 꽉 차 있던 이어령 선생님의 공간에 부인할 수 없는 그 영성의 빛이 들어와 버렸다는 겁니다. 
그래서 삶의 일부가 되었기 때문에 아니 아마도 삶의 일부가 아닌 어떤 지성을 넘어 영성이 삶의 전체가 되길 소망하는 과정에 서 계시기 때문에 어쨌든 이 책에 성경 말씀 예시가 안 나올 수가 없다고 생각해요. 
그렇다고 해서 하나님과 예수님을 믿지 않는 어떤 다른 종교를 가지신 혹은 무신론자이신 분들이 읽기에 버거울 정도는 아니기 때문에 열린 마음으로 읽으시고 함께 공유할 수 있는 부분들을 나누면 좋을 것 같습니다.

 

문득 떠오르는 건 지금의 이어령 선생님의 위치처럼 신약시대 성경을 보면요. 당시 지식의 완전 끝판왕에 서 계셨던 사도 바울이라는 분이 계신데 그분이 주님 앞에서 자신에게 있는 이 지식들을 다 배설물로 여기 노라라고 말씀을 하시거든요. 그러니까 최고의 지식은 자신이 얼마나 모르는 게 많은가를 아는 것이고 믿음 안에서 안다는 것은 곧 지식은 주님을 아는 것이라는 겁니다.

 

<영성을 향한 방향키, 그리고 채찍질>
그 영성을 가지는 거 그래서 영성을 향해 방향 키를 돌리고 메타적 위치에서 자신을 계속 채찍질하면서 그 길을 죽는 그날까지 걸어가는 거죠. 
이어령 선생님도 이 책을 통해 그 지향성을 보여주셔요 그러면서 동시에 또 고백하시는 건 자신께서 지성과 영성 사이에 얇은 막을 계속 두드리고 있지만 뚫고 나가지는 못했다고 말씀을 하셨어요.
그러니까 그 얇은 막을 뚫고 나간 건 따님 이민아 목사님이셨다 라고 하시거든요. 
저는 이 부분에서 굉장히 묘한 감정이 교차했어요. 

세례받는 이어령 교수(출처:뉴스앤조이)

정말 많은 기독교인이나 천주교인이나 뭐 성공회 등등 이렇게 하나님의 존재를 믿는 사람들이 지식이나 돈 이렇게 물질 같은 여러 가지 세상에 속한 것들과 또 영성 사이에서 정말 많은 방황을 하잖아요.
삶의 방향성과 목적의 분명함을 머리로는 알지만 몸과 마음과 정신이 이 세상에 속해 있기 때문에 이 영성으로 가는 길이 쉽지만은 않은 길이거든요. 
믿으시는 분들은 많이 공감하실 겁니다. 
그래서 이 책을 통해서 한편으로는 굉장히 높은 차원의 영역에 계시는 분이라고 생각했던 이어령 선생님도 결국 믿음 안에서 다 같은 고민을 하는 작은 한 인간이구나를 느끼면서 뭐 동질감 인간미도 느끼고 또 한편으로는 위로도 되고 또 그런 여러 감정들이 교차했어요. 

삶과 죽음이라는 이 피할수 없는 두 개의 명제에 대해 범인이 풀어간 애기들 직접 한번 꼭 읽어보실 것으로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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