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문학평론가, 언론인이자 국문학자이며 초대 문하부 장관을 역임함 이어령씨의 ‘지성에서 영성으로’라는 책을 리뷰해 볼까 합니다. 이 책은 총 5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어령 작가의 글과 더불어 시, 강연, 편지, 신문 인터뷰 기사 등으로 채워져 있다.
만약 작가에 대해 많이 알고 있으며 그의 행동에 큰 관심을 갖고 있던 독자라면 이 책에서 그의 새로운 이야기나 비밀 등은 그다지 알아내지 못 할 것이다. 이 책의 출판 의도가 지성과 이성의 세계에서 머물며 한 때 반(反)기독교파였던 사람이 어떻게 기독교에 귀의했으며, 어떤 생각을 품고 있는지, 또 그가 만난 하나님은 어떤 하나님인지에 대해, 기신자들이 아닌 미신자와 불신자들에게 이야기하고자 했던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영국의 철학자 버틀란드 러셀이 기독교 집안에서 커 나중에 무신론자가 된거와 반대의 경우라고 생각하면 된다.
“내가 노아라면 모든 사람들이 다 물속에 빠져 죽는데 혼자 살겠다고 방주를 만들지는 않겠다. 결국엔 노아도 망령들어 죽지 않았나” “구약에는 하느님이 앞장서서 한 종족 편을 들어 상대편을 치는데 이게 어떻게 공의의 종교냐”
- 무신론자일때 그가 썼던 글의 일부
이 책은 이어령씨가 교토에서 머물던 2004년 부터 세례를 받은 직후인 2007년까지 일기, 인터뷰 및 신문기사등을 모아 정리한 책이고 2017년 다시 신판으로 개정되어 출판되었다. 금번 최신개정판에는 교토에서의 본인 일기 내용 등이 추가되었다. 참고로 이어령은 줄곧 시와 종교는 동전의 안과 밖과 같은 것이라고 애기하곤 했다.
초반에 작가가 이야기하는 ‘1부, 교토에서 찾다’는 종교인 유무와 관계없이 마음에 울림을 받을 만큼 공감되는 내용이 많다. 그가 관계의 불모지, 황야와도 같았던 일본 교토에서 쌀자루를 옮기며, 눈 내리는 풍경을 보며, 거리에 내다 파는 귤을 보며, 세븐일레븐에서 식빵을 사며 느낀 마음들은 굳이 일본이 아니어도 우리들 또한 동일하게 느낄 수 있고, 또 느끼며 사는 일상의 내용들로 가득하다. 그는 이렇게 문학하는 사람으로서 깊게 파고들 수 있었던 ‘언어’의 상징과 다양성을 통하여 어렵지 않게 기독교 신자가 된 자신의 마음을 이야기해준다. 차분하며 사려 깊은 그의 글은 바로 옆에서 이야기하는 듯한 감동으로 전해지며, 독자들의 마음과 소통한다.
교토에서의 일상을 사는 중 이어령은 여러 사유를 통해 죽음을 인식하면서 그리고 죽음을 대면하게 되면서 어느덧 하나님께 기도드리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며 아래와 같은 기도를 드리게 된다.
"유다가 될지 모르지만 나도 예수님처럼 열 두 제자의 하나가 되고 싶습니다. 어차피 끈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면 정말 튼튼하고 영원한 끈에 끌려 다니고 싶습니다. "
외로움과 고독 속에서 영혼에 대해 죽음에 대해 생각하고 사유하던 그가 서서히 지성에서 영성으로 문을 열어가는 것이다. 일본에서 한국으로 돌아와 일상으로 복귀했을 때 딸 이민아 목사의 전화를 받게 된다. 실명 위기에 빠진 딸의 소식을 들은 이어령 교수는 딸이 있는 하와이로 가게 되고 자신도 모르게 무릎을 꿇고 하나님께 기도하게 된다.
"만약 민아가 어제 본 것을 내일 볼 수 있고 오늘 본 내 얼굴을 내일 또 볼 수만 있게 해주신다면, 저희 남은 생을 주님께 바치겠나이다."
20대에 썼던 수 많은 반기독교적, 반유신론적 글들 그리고 소설가로서 했던 수 많은 창조의 행위들 속에서 하나님이 만들지 않을 것을 만들려 했던 오만한 생각에 대해 이어령은 고백합니다. 지성의 무력과 붕괴를 경험하며 영성의 세계로 들어선 그는 인간은 뛰어봐야 벼룩이라고까지 애기합니다. 그렇다고 본인의 창작과 지적 세계를 포기한 것이 아니며 이것도 하나님이 준 선물로서 훨씬 더 큰 예술적 지평과 사유를 가질 수 있는 것이라 고백합니다. 그리고 이런 위대한 말을 남깁니다.
"절망해 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로 영성을 얻을 수 없습니다. 자기파괴라는 극적인 경험 없이는 영성을 갖기 힘듭니다. 그래서 세속적으로 편안한 사람은 하나님을 받아들이기 힘들지요."
본인이 유신로자이든 무신론자인든 기독교 신앙을 가지고 있든 아니든 이어령 씨의 애기를 한번 즈음 들여다본다면 어떤 이들에게 이 책은 희망의 불빛을 비춰주는 작은 촛대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믿음을 갖고자 했으나 두려움에 발이 떨어지지 않는 분들에게도 분명 작은 용기가 될 것이다. 세상에는 이성으로만 합리성으로만 해결되지 않는 수 많은 것들이 있기 때문에 우리 모두는 어쩌면 태어날때부터 '신의식'을 가지고 있는지도 므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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