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 스토리도 갈수록 퀄리티가 낮아집니다. 항상 뭔가 문제는 발생해서 서로 투닥거리지만 뭔가 몬스터가 나타났다! -> 클라이브가 물리친다! -> 으쌰으쌰 전개입니다. 서브 퀘스트는 로스트윙 같이 좀 흥미로운 전개가 몇개 있긴 했지만 거의 대부분의 시나리오가 원패턴이라 재미가 느껴지지 않으며 귀찮기만 할 뿐입니다.
이런 문제점을 초중반부까지 잘 감춰주던 메인 스토리도 삐걱대기 시작합니다. 초반부 마지막을 장식하는 알테마라는 존재가 후반부부터 본격적으로 나서기 시작하는데, 이 알테마라는 놈이 영 재미가 없습니다. 그냥 뭔가 흑막처럼 음습한 말만 한두번씩 내뱉는게 전부고 뭔가 확 와닿는 대사나 행적이 없어요.
알테마는 최종보스라 좀 더 임팩트가 있어야 했습니다. 차라리 발두르 왕국의 왕인 바르나바스가 더 재밌을 지경입니다. 알테마를 단순히 오만한 캐릭터가 아니라 좀 더 동족의 생존을 위해 처절히 싸우는 캐릭터로 만들어야 대역죄인인 악당 클라이브의 모험이 그만큼 더 처절하게 느껴졌을겁니다.
초중반부까지 뿌려지던 수많은 사건들도 후반부로 갈수록 문제가 단순화됩니다. 상브레크 황국처럼 로자리아를 사실상 멸망시킨 이놈들은 강대한 적처럼 나올 것 같았는데 바하무트가 한번 레이저 뿌리니까 소멸하고 역시 강대국중 하나였던 달메키아 공화국도 후고가 퇴장하면서 사실상 존재감이 증발합니다. 이제 국가라는 틀을 유지하는건 사실상 알테마가 지배하는 발두르 밖에 없으니 뭔가 정세를 얘기하는 장면들은 아무 의미 없는 시간 떼우기로 변질됩니다.
아직 세상에 퍼진 문제들이 많지만 결국 모든 문제는 알테마가 나쁜 놈이라는 걸로 귀결됩니다. 액션 게임에서 나쁜놈 하나가 만들어지면 뭐다? 때려잡으면 해결입니다. 어찌저찌 결국 클라이브가 가서 때려잡습니다. 세상은 평화로워졌습니다. 이야기는 이렇게 끝납니다. 후반부로 갈수록 너무 갑자기 전형적인 용사물로 바뀌는 느낌입니다.
이야기에 대한 몰입감이 하락하는 이유 중 하나로 클라이브가 하는 모험의 의미를 점점 알기 어려워진다는 것을 개인적으로 지적하고 싶습니다. 클라이브는 마더 크리스탈을 파괴하고 세상을 구하려 하지만 실질적으로 세상은 오히려 더 혼란에 빠지기만 합니다. 클라이브가 뭘 잘해보려고 해도 피드백이 돌아오질 안흥니 시중일관 우중충한 분위기에서 벗어나질 못합니다.
제가 앞서 지적했던 단점을은 초반부터 계속 거슬리는 문제점입니다. 그럼에도 파판 16가 재밌던 이유는, 서사가 상당히 몰입감 좋게 전개되고 있었기 때문에 단점을 단점이라 느낄 시간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서사가 늘어지기 시작하면서 단점이 눈에 밟히고 그렇다보니 게임 자체도 지루해지는 것입니다.
엔딩까지 좀 지루하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재밌게 했던 게임이예요. 하지만 어디서 어디로 가는 중간 과정이 너무 지루해서 아마 스토리 DLC라도 나오는게 아닌 이상 다시 킬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페이트 사무라이 렘넌트(fate samurai remnant) 게임 리뷰 (0) | 2023.10.05 |
---|---|
카세트 비스트(Cassette beasts) 게임 리뷰 (0) | 2023.10.05 |
크라이마키나 게임 리뷰 (0) | 2023.10.05 |
포항 줄가자미 이시가리회 (feat. 대구 형제수산) (0) | 2023.07.11 |
(게임 리뷰) 묶이지 않은 자들을 위한 우주 (0) | 2023.07.10 |
댓글